이따금씩 나는 나를 떠난다.
내가 해리(解離)의 고통을 몇차례나 겪고서야 훈장처럼 얻은 사실이지만 낭만적으로 들린다는 점에서 찾는 이의 고통을 제대로 대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예고도 없이 쪽지 하나 남기지 않고 감쪽같이 나는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현실 감각,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 나이가 몇살이고,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제대로 된 감각 입력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필터를 씌운 것처럼 세상과 나 사이에 뿌연 천막이 씌어진다.
나는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행동은 미묘하게 부자연스러워지고 반응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관습과 관성으로 상황과 하루하루를 지탱하는 나는 행복하다고 말해도 부족한 일상에서 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내가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지, 나는 누군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낯선 이에게 간청하고 싶은 충동의 존재만큼 손바닥을 꼬집어낸다.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을 찢어버리고 가버리는 범인을 찾는 그 꿈들은 서서히 나를 좀잡아 먹는다. 제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마치 수갑이 채워진 것처럼 두손이 묶인 채 텅 빈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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