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다이에서 제작한 게임 괴혼 시리즈는 어느 외딴 행성에서 시작한다. King of King이라 불리는 아바마마는 술김에 모든 은하계의 별을 날려먹고서 아들에게 뒷수습을 맡기는데, 뒷수습이란 바로 지구의 모든 물건을 이용해서 행성 복구를 위한 물질을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왕자가 되어 먼지부터 시작된 작은 뭉치를 커다란 덩어리가 될 때까지 굴리는 역할을 맡는다. 이 게임의 백미는 조그마한 물건으로 이루어진 먼지가 커져서 도저히 덩어리가 될 것 같지 않은 물건들이 붙기 시작할 때다. 강아지, 사람,자전거, 차, 건물, 도로, 육교가 엉켜 붙어 도저히 구분할 수도 없을 만큼 덩어리가 커지면 제대로 굴리는 것조차 어려워지는데 덩어리를 굴리는 것도 힘들어질 때 쯤이면 굴리는 왕자도 먼지처럼 작아져서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다리우스의 앨범 [OASIS] 수록 싱글 ‘Equilibrium’의 MV에도 비슷한 덩어리가 등장한다. 갈색 수트를 입은 백인 남성과 핑크색 츄리닝 차림의 흑인 여성이 길가에서 차량사고의 책임을 놓고 다툰다. 유도의 힘겨루기처럼 팽팽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그들은 싸움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싸움에 관심과 힘을 실어줄 다른 누군가를 눈으로 쫒고 있다. 힘겨루기는 길가 구석구석을 지나서 계속되는데 이 싸움과 무관한 골목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연루된다. 길가 구석구석 휩쓸고 나면 원색을 잃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등장하는데, 그는 몹시 지루해 보인다.
작가 카일 차이카는 알고리즘과 관심경제의 흐름이 문화를 평이함이란 거대한 흐름으로 휩쓸어버렸다고 말한다.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든 간에 더이상 FOMO(Fear Of Missing Out)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개인은 없다. 비단 문화만 아니라 연결이 본능인 인간의 뉴런은 따로 떨어져야 할 기억들을 구분시키지 않고 타고난 유추 능력으로 이야기를 엮어낸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인간의 풍경에는 풀어지지 않는 커다란 덩어리 같은 것들이 다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 몸집보다도 커다란 무언가를 굴려보겠다는 일말의 꿈과 책임을 가지고 이것저것 멋진 것 쿨한 것 재밋는 것 다 붙여보다가 소외된 자신의 존재를 알아줄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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