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이 없었다면, 푸 파이터스는 공연을 멈추지 않았을까. 밴드의 프론트맨인 데이브 그롤이 공연장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을 때 데이브는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에게 잠시 무대를 맡기고서 잠시 뒤 의사와 함께 나타났는데, 커트의 사망으로 인한 너바나의 갑작스런 해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타디움을 가득 채우는, 씬을 이끌어가는 데이브와 밴드의 질긴 생명성을 상징하는 일이라고 보기에 충분했다. 몇년 뒤 밴드의 투어 중에 드러머 테일러가 사망했을 때 푸 파이터스는 공연을 멈출 수 밖에 없었고 밴드의 생명력도 이제는 모두 끝난거라 생각했다.
인간의 영혼은 습관적인 자동화를 멈출 때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빛 같은 것이고 이 빛을 다른 누군가가 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훌륭한 예술 작품은 인간의 마음에서 멈칫하는 순간을 멈칫하지 말라고 밀어 붙이는 세상의 잔혹함과 그럼에도 경계를 풀고서 인간다움과 사랑 받고 싶은 욕구를 간직한다는 것의 찬란함이 틈새로 쏟아져 나오는 삶의 생동감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 스크롤 한번으로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의 풍경은 도시의 한복판에서 멈춰섰을 때와 같지 않고 어쩌면 예술의 목적은 인파와 풍파에 치인 인간의 영혼의 구멍을 상상으로 구태여 실처럼 엮어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테일러의 사망 이후 발표한 Foo fighters의 <But Here We are>은 부재로 인한 고통에서 자신을 구출해달라고 소리치는 데이브의 목소리로 출발한다. 하얀 재밖에는 남지 않을 것처럼 몰아치는 드럼이 몰아치는 트랙 <Rescued>는 저주 같은 운명에서 자신을 구원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정신이 표류하듯 밴드가 최초로 시도한 슈게이징 트랙 <Show Me How>에서 어둠 속에서 의지할만한 벽을 잡고서 더듬거리듯이 전진한다. 마지막 트랙 <The Rest>이 끝난 뒤 침묵은 부재의 자리를 메우고 채워야만 하는 한 인간의 깊은 피로로 자욱해서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뿌연 안개 같은 피로가 걷히자 한 사람이 보였는데 그 사람은 데이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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