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텐트의 천막을 걷어내자 존 카메론 미첼이 미제 젤리를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텐트 안의 사람들은 천천히 여름날의 시간을 씹어 삼켜 보내는 집단 의식처럼 그 광경을 눈이 풀린 채 지켜보고 있었다. 태초의 인간은 하나였고 둘로 나뉘어져 반쪽을 찾아야한다는 형벌이 내려지는 신화적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때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졸고 있었고 그것은 나의 원죄였다. 이번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Kasabian이 나온다는 설렘을 제대로 전달할 방법이 없자 이번 여름방학에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같이 가준다면 학교 생활에서 벗어난 최고로 멋진 시간은 물론 고등학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나의 패션센스를 보여주겠다는, 별 말 같지도 않은 약속을 바닥에 쏟아지는 곰젤리처럼 내뱉어 버린 죄.
지오다노라고 레터링된 흰 긴팔 티와 무릎까지 내려오는 남색 반바지에 Hoobastank의 Everyman for himself의 앨범 커버가 그려진 반다나를 두른 채 윈디시티의 음악에 어설프게 점핑하는 내 모습(윈디시티의 음악에 점프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누가 그러겠는가)은 얼른 학교를 벗어나 새로운 반쪽을 찾아야한다는 이들의 본능을 일깨우기 충분했다. 천막에 드러누워 Kasabian의 무대를 기다릴 때 천장에는 내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와 그렇지 못한 노래의 세상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더이상 무대 앞으로 전진할 수 없을 만큼 앞까지 왔을 때 귀에는 누군가 휴대용 아이팟 독으로 틀어놓은 Kasabian의 음악으로 시끄러웠는데 내가 모르는 앨범 수록곡들만 틀어서 초조했다. 우리 옆에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 자매가 있었는데 똑같이 말보로 레드를 맛있게 피우고 있어서 연기와 냄새로 손 쓸 방법도 없이 얼어붙었다. 가슴에 커다랗고 빨간 코사지를 동여맨 톰 메이건이 무대에 등장하며 <Emprie>의 전주가 흘러나왔을 때 우리는 마치 숙명이다시피 서로로부터 떨어져나갔다. <Lost Souls Forever>의 코러스를 다같이 따라부르는 구간 쯤에 멀리 있는 그들을 쳐다봤을 때 무언가를 떨어뜨린 느낌에 고개를 숙이자 발길에 치여 주울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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