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re Uncool

Almost Famous - Uncool

그녀는 다소 멍해보이는 얼굴로 무대 가장자리에 있는 책상을 향해 걸어간다. 걸음걸이는 힘이 없어서 도로 위 차에 막 치인 사람 같기도 하고 갓 태어난 사람 같기도 하고 곧 죽을 사람 같기도 하다. 글이 써지지 않자 익숙한 듯 무대 중앙을 향해 걸어가서 객석을 향해 본인을 소개한다. 각본의 금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듯한 태도에는 어딘가 모를 당당함, 기백까지 느껴진다. 

그녀는 소설가이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17년째 신작을 쓰고 있으며, 악성종양으로 치료도 받고 있다. 이렇다할 가족도 친구도 없다. 흐릿한 비유로 세상을 향해 말을 거는 그녀의 말은 부서질 수 밖에 없는 과자처럼 흩날려서 기억하기 쉽지 않아서 애초에 아무 말도 걸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연극의 유일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크리스토퍼라는 학생의 등장이지만, 그의 극적인 성격은 금방 데워지고 식어버리는 레토르트처럼 금방 헤치워져서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사운드 인사이드>가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은 코로나 이후의 사건없음의 사건, 밋밋한 풍경, 쪼그라든 내면이다. 비비언 고닉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 모두 공연을 한다>에서 고립감을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의 대답에서 “그게 무슨 뜻이죠”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화면 속 인간은 정말 작아졌고 작아진 목소리와 링크는 누를 때마다 소리내는 인형처럼  “그게 무슨 뜻이죠”라고 속삭인다. 

어느날 러브홀릭의 놀러와를 듣는데 내게 전화해라고 말하면 누군가 놀러올 수 있는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의 세상이 조금 그리워졌다. 누군가 지금 내게 전화는 전화 공포증 있어서 부담스러니까 카톡도 특히 단톡은 좀 부담이고 디엠 아니면 아이메시지 역시 곧 지워질 스토리가 더 낫나 싶은, 잊혀지길 바라는 마음과 감각의 처지는 연극이 끝나고 연극장을 나온 나의 처지와 비슷했다.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파산한 세상에서 유일한 진짜 통화는 네가 멋지지 않을 때 누군가와 나누는 마음이야”.

화면을 열자 영화장 표값을 두고 한 교수의 SNS 폭주가 이어졌고 기사들은 그걸 주워담기 바빴다. 나는 분개했고 분개함은 화면을 닫는 동시에 “그게 무슨 뜻이죠”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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